내 어머니의 낡은 성경책
어머니는 마당의 채마밭에 나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늘 성경을 읽거나 기도하기를 계속했다. 그 삶이 늘 낡은 가죽 책 한 권과 함께 있었다. 어머니는 따뜻했고 온화했지만 신앙에서는 단호했다. 믿음을 말할 때면 그 모습 자체가 범접 못할 위엄이었다.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통해 예수의 사랑과 용서, 온유와 화평을 가르쳐 주셨다. 하지만 어렸을 적 성실한 예배자들로 채워진 우리 집에서 나는 늘 문제아였다. 청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. 가족들이 새벽기도의 무용담을 얘기할 때마다 나는 저만치 떨어져 하릴없이 신문 같은 것이나 뒤적이곤 했다. “자네가 문제야.” 어머니는 내가 주일학교를 빼먹을 때마다 회초리를 내렸다. 헌금으로 만화책을 사거나 과자를 사 먹은 때도 회초리는 여지없었다.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...
과월호 보기
2015년 05월